화기 '1억3천만정' 보유한 미국 3% '슈퍼 총기 소유자'
미국 전체 총기의 절반…개인당 평균 17정 '수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성인의 3%인 이른바 '슈퍼 총기 소유자'가 미국 내 전체 화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소개한 내용을 보면, 현재 미국민이 소유한 총기를 2억6천500만 정으로 추산할 때 절반인 1억3천만 정이 미국 성인의 3%인 770만 명에게 집중됐다.
'슈퍼 총기 소유자'로 불리는 이들은 최소 8정에서 최대 140정을 보유해 개인당 평균 17정씩 소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디언은 미국 하버드대학과 노스이스턴대학 공중보건 연구진이 시장조사업체인 GfK와 공동으로 미국 성인 4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지난해 온라인 여론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총기 애호가를 넘어 수집가에 가까운 슈퍼 총기 소유자들은 제각각 이유로 총기를 모았다고 밝혔다.
역사에 남을 화기류를 따로 꾸민 방에 전시하기 위해 총을 수집한다고 답한 이도 있고, 총기 교관과 총기 제작자, 사격 선수 등은 직업상 다양한 총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쟁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비하는 생존주의자들은 식량과 물을 비축하듯 총기를 수집했다. 단순히 이쪽에서 권총, 저쪽에서 산탄총과 사냥용 소총 등을 모으다 보니 수십 개를 넘었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약 5천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총기 소유자의 과반은 평균 3정 이상을 보유 중이고, 나머지는 1∼2정 정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1994년 미국민 총기 소유 실태를 조사한 듀크대학 총기 연구자인 필 쿡은 새 연구 결과를 두고 "상당히 고품격"이라면서 "비록 현재 미국에서 유통된 총기 수가 3억 정 이상이라는 여타 조사의 수치보다는 적지만, 전체 총기 수를 가늠할 수 있는 개인당 총기 소유 개수를 물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한 총기 옹호론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기 애호가들이 생면부지인 전화조사 응답원과의 대화보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온라인 조사를 더 편하게 여기고 좀 더 진솔하게 답할 수 있다고 평했다.
미국 전체 총기 수는 1994년 이래 7천만 정 이상 늘었지만, 총기 소유자의 비율은 25%에서 22%로 감소했다.
자기방어를 위해 권총을 소지하는 여성의 비율은 1994년 9%에서 2015년 1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의 총기 보유율은 42%에서 32%로 줄었다.
남성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권총을 소지하는 비율은 점증하는 추세로, 미국총기협회(NRA)의 기초 권총 강좌에 등록하는 여성은 2011년 2만5천 명에서 2014년 4만6천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총기 소유자는 지방에 사는 보수적인 백인 남성이 주를 이뤘다.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밝힌 30%의 응답자가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해 중도파(19%), 진보파(14%) 보다도 높았다.
하버드대·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은 또 해마다 40만 정에 이를 만큼 총기 절도율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공공보건 교수로 이번 연구의 선임인 데버러 아즈라엘 박사는 "미국민의 총기 소유 실태는 점증하는 두려움에 좌우된다"면서 "총기 자살과 총기 사고를 줄이려면 그 '두려움'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기를 다량으로 보유한 것이 큰 위험 요소인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